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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시, 역사의식 결여된 공연 기획... 3.1운동 기념공연에 명성황후?
담당자, “3.1운동 기념은 내가 생각해도 아닌 것 같아... 다만 남자현 독립운동가에 대한 설명 공연 앞에 있어”
 

 

 

[경인신문 이성관 기자] 여주시는 지난 19일, 3.1운동 100주년 기념으로 진행하는 2019년 생생 문화재 사업 ‘세종과 명성황후의 숲에서 더불어 생생지락(生生之樂) 하기’ 프로그램 중 '제4회 달빛음악회, 황후의 잔치 명성야연(明成夜宴)'을 예고했다.

 

▲ 여주시청 전경(사진 - 여주시)     © 경인신문

 

여주시가 이러한 기획을 한 데는 명성황후 생가(경기유형문화재 제46호) 내 감고당이 시내에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주시는 스스로 공개한 보도자료에서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의 공연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과연 3.1운동과 명성황후를 기리는 공연이 개연성을 갖추고 있는지 의문이다. 명성황후는 일본인의 손에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대체로 친일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고, 동학농민전쟁 당시 일본군을 끌어들여 동학교도 만여 명을 학살하게 한 장본인이라는 평도 받고 있다. 게다가 3.1운동을 선언하고 만세운동을 주도한 민족지도자 중 많은 인사들이 동학을 기본으로 한 천도교 출신이었고, 민족 대표로 나선 손병희 선생은 동학의 3대 교주였다는 점에서 3.1운동 기념이라는 말은 납득할 수 없다.

 

한때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이라고 칭송받던 '명성황후'는 다수 역사학자들을 비롯한 재야인사의 문제제기를 끊임없이 받았다. 그 이유는 당시 명성황후의 행적이 민중의 의지와는 동떨어져 있었고, 특히 임오군란과 동학농민운동 당시 일본군을 끌어들여 민중을 학살한 장본인이라는 혐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비극적인 최후만큼은 안타깝지만 생전에 명성황후가 민중에게 한 일은 너무나 끔찍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국모’라 칭송하는 뮤지컬을 우리나라의 대표로 해외에 선보이는 것이 맞는가하는 문제제기였다.

 

▲ 달빛음악회 전경(사진 - 여주시)     © 경인신문

 

여주시는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4회 달빛음악회, 황후의 잔치 ‘명성야연(明成夜宴)’은 조선왕조실록에 ‘대행왕후(大行王后)의 시호(諡號)를 ‘명성(明成)’으로 개망(改望)하였다’라는 문구에서 착안, ‘사방을 밝게 내리 비치고(명明), 예법과 음악을 밝게 갖춘(성成)’이라 해석되는 명성황후의 시호에 따라 이야기와 음악을 ‘황후의 잔치’라는 주제로 스토리텔링 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또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한 공연이니 만큼 조금은 특별한 음악들을 구성했다"며, "고종의 장례식을 전후하여 일어난 3.1운동의 100주년을 기리며 고종과 명성황후를 이야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명성황후와 대립을 했던 흥선대원군 이야기와 함께할 ‘한량무’, 명성황후의 이루지 못한 꿈을 표현한 비파 창작곡 ‘들을 수 없는 꽃’ 등을 소개하며, "마지막으로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애환을 담았던 ‘아리랑’을 다함께 노래하며 명성황후 생가에서의 뜻 깊은 시간을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명성황후 생가에서 진행되는 달빛음악회  (사진 - 여주시)   © 경인신문

 

그러나 정작 여주시에서 이번 행사진행을 담당하는 정영채 주무관은 "3.1운동 기념은 아닌 것 같다"며, 3.1운동 기념을 위해서라면 명성황후 공연은 오히려 빼야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말에 “내가 생각해도 그렇다”고 답했다. 그 후 공연 기획자에게 자세한 사항을 확인하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전화를 끊었고, 잠시 후 온 연락에서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공연 앞에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을 추모하는 ‘조선독립원’이라는 곡을 소개하고 그 일화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3.1운동과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독립운동가의 행적을 설명하는 막간행사가 있기 때문에 관련 의미를 뭉뚱그려서 하나의 주제 안에 넣었다는 설명이었지만 이 공연의 전체 제목이 ‘황후의 잔치, 명성야연’이라는 점은 그런 설명조차 무색케 한다.

 

조선말의 중신이자 민족지사로 잘 알려진 황현의 ‘매천야록’에는 명성황후의 사치가 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당시 민중들이 황후를 비난한 이유 중 하나도 사치였다. 그런데 황후의 밤 잔치라는 제목으로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황후를 조롱하고자하는 의미가 아니라면 3.1운동을 기념하는 주제라고는 보기 어렵다.

 

한편 이 공연은 오는 24일 진행될 예정이며, 여주시 홈페이지에서 참가신청을 받고 있다.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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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8/19 [16:13]  최종편집: ⓒ 경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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